세월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교직에 몸담았을 때는 학교 미술실에서 작업할 때가 가장 좋았다. 특히 긴 작업 기회가 주어지는 방학이면 꼼짝 없이 미술실에서 살았다. 작업이 좋아 여행을 가자는 동료들의 사치스러운(?) 꼬임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여름방학이면 도시락을 싸들고 미술실에 가 반바지와 러닝셔츠 차림으로 그림을 그렸다. 더위를 선풍기 바람으로 쓸어내고, 겨울 방학이면 조그마한 석유난로 하나로 추위를 몰아내면서 말이다.
그때 꼭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 종일 십 년간 그냥 그림만 그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다. 더 이상 바랄 것도, 부러울 것도 없을 텐데 하는 생각이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어느 날 내게 다가왔다.
늙으면 기력도, 생각도 쇠하여진다는데 더 이상 나이가 들기 전에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그리고 교육부에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그래서 하루 종일 그림만 그릴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추가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