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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욱 화백은 2006년 '산과 솔과 하나님, 그리고 나'(도서출판 삼원)라는 제목을 가진 수상록을 발간했다.
저자는 머리글에서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인생 경험과 예술 정신을 후세에 넘겨 주어야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그는 이 글들이 힘들게 작업하는 젊은 화가들에게 한줌의 희망과 격려가 되기를 소망했다.
저자는 미술명문인 홍익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중등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면서 작품활동을 해 왔다.
책의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저자의 그림은 산과 소나무에 대한 관조, 그리고 하나님과 자신이라는 신앙과 성찰로 점철되어 있다.
이러한 자신의 삶과 예술을 이 책에 진솔하게 담았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하여 양승욱 화백의 삶과 예술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여길 클릭하면 플래시북으로 만들어진 책을 보실 수 있습니다.
 
  발문- 가재미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 : 2016-07-12     조회 : 944  


수상집 발간을 축하하며

가재미


김천 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 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가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 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 호흡기로 들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 문태준 詩 -  


어느 일간지에서 본, 문인文人들이 뽑은 지난해 “가장 좋은 시"라 해 한 번 더 읽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허기진(?) 속 때문이었을 겁니다. 지난해 도대체 시집 몇 권을 봤을까? 하는 부끄러움 말입니다.
해설해 놓은 것을 참고하니 이해가 되었습니다. ‘고모님’ 모습을 그린 이야기라고……. 그래 제 가슴 속에는 ‘고모님이 몇 분이나계신가’하고 자문해 보았습니다.피붙이 ‘고모’ 생각을 일깨워 준 ‘고모’그림 ‘고모’나도 죽을 때 쯤 ‘고모’될 누가…….
그러던 중 선생님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양승욱 선생님은 어떤 이 어떤 이의 가슴속에 ‘고모’처럼 계시는 분이겠다고…….

그래서 ‘가재미’를 읽고 읽다 보니 꼭 선생님 이야기 같았습니다. 문태준의 고모 말입니다.
고동치는 맥박소리를 타고 불타시던 열정의 세월과 석굴암 주춧돌 같은 무게로 무위에 이르기까지 영락없는 ‘우리들의 고모’라고 생각 되었습니다.평상심의 음성으로 조용히 통찰하시는 표정은 무엇인가에 이끌리고 등 떼밀리어 살아가는 시대에 ‘소중한 고모’, ‘죽지 않는 가재미’이지요.교회도 미치고, 부자나라도 미치고, 교육도 미치고, 안타까운 목소리가 점점 높아져 가는 때라서인지, 지난해 뽑을 시가 없어서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무엇이 소중한지 인제사 알아차렸는지 모르겠습니다.선생님 옆에 누워서 선생님의 “아름다운 부활"을 꿈꾸고 기도하겠습니다.
지난해 제 가슴속 생각들이 모여서 회의한 결과는 ‘지난해 가장 좋은 고모 가재미’는 양승욱 선생님입니다.
건강하십시오.
삼월 마지막 주일 밤 새벽 성수동 집에서
이제훈 배상

우리 것의 아름다움은 정이 깊다. 참 아름다움은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고궁의 지붕들이 그려주는 아늑한 스카이라인, 가식 없는 소박한 매무새와 어리숙하면서도 익살스러운 맛의 분청사기, 달빛이 노니는 문창살, 바라보면 비길 것이 없는 태연하고도 둥근 잘생긴 며느리 같은 백자 항아리 등. 피자보다는 우리의 된장국에서 느끼는 구수한 맛처럼, 아름답게 그린 서양의 장미꽃을 보면서 인위적인 인공미를 떠올리고 못생긴 듯싶은 찔레꽃을 보면서 우리의 순박하고 애잔한 자연미를 떠 올리며 서양 문화의 시각과 가치관을 탈피해 우리 중심 문화와 우리의 풍토에 맞는 <싫증나지 않는 호박>과 같은 독자성과 창의성을 생각해 본다.

이제훈(서양화가, 한국조형교육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