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협 선거 유감
3년마다 한 차례씩 미협 이사장 선거가 치러진다. 미협은 국내 미술인 단체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전국적인 조직을 갖추고 있다. 회원 수만도 3만 명이나 되는 거대 단체다. 알만한 미술가는 대부분 미협 회원이다.
그들 중에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잘 알려진 화가는 수백 명에 불과하다. 그들을 걸치면 회원들을 모두 알게 된다. 될 정도로
그런데 미협은 헤게모니 싸움이 심하다. 그 싸움에 가까운 선,후배가 얽혀 있다. 그들은 서로 편이 갈려 얼굴을 붉히며 싸우는 일도 잦다. 특히 미협의 수장인 이사장 선거가 끝나면 정치권처럼 논공행상에 따른 직권 획득에 야단이다. 각종 분과위원, 특별위원, 이사 같은 잿밥 싸움에다 심지어는 당선무효나 효력 가처분 신청 등 법정 투쟁까지 벌어진다.
그동안 미협은 1980,90년대의 일부를 제외하고, 허구한 날 학연과 파벌 주도권 싸움을 벌여왔다. 그 와중에 미술대전 수상에 대한 나눠 먹기 식의 심사 부정과 작품 납품 비리 등이 언론에 보도되곤 했다. 이에 따라 미술가들의 품위가 손상되고, 미술가들의 상호 불신과 비방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 최고의 지성인들의 모임인 미협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지연과 학연 및 패거리가 등장하여 선거가 끝나면 줄서기, 들러리, 나눠 먹기 등의 뒷말이 무성해 미협 무용론까지 나와서야 되겠는가.
미협 이사장은 이권을 챙기거나 나눠 먹는 벼슬자리가 아니다. 이는 미협의 정관에도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이사장은 그 자리가 미협 회원, 나아가 미술인 전체를 위한 봉사와 헌신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와 함께 미협이 미술인들을 위한 진정한 봉사단체로 거듭나 미술인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협의 몇 가지 개혁안을 생각해 보았다.
첫째, 전국에서 수 천 명의 인원이 모여 직접 이사장을 선출하는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투표할 장소와 관리 인력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공약 남발이나 인기발언 등의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 대안으로 각 시도지부의 대의원이나 선거인단이 투표로 이사장을 선출하는 간접선거를 추천한다.
둘째, 알량한 미협 예산의 집행이 한계가 있는 만큼 문호를 폭넓게 개방해 각계의 인재 및 예산을 확보하는 일이다. 원대한 계획으로 미술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기 위해 삼고초려의 마음으로 미술에 관심이 있는 유력 정치인이나 기업인을 수장으로 모실 필요도 있다. 실무를 담당하는 전무나 사무국장은 능력 있는 미술행정가나 미술 관계 인사를 채용해야 한다. 이들이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게 되면 작가들은 지연과 학연 같은 인맥에 매달리지 작품에 전념할 수 있다. 이게 이상적인 창작환경이지 않을까?
이제 한국미술은 미술인들만의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미술로 성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미술가들은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실력을 갖추어야 하고, 장관이나 국회의원, 기업가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