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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욱 화백은 2006년 '산과 솔과 하나님, 그리고 나'(도서출판 삼원)라는 제목을 가진 수상록을 발간했다.
저자는 머리글에서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인생 경험과 예술 정신을 후세에 넘겨 주어야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그는 이 글들이 힘들게 작업하는 젊은 화가들에게 한줌의 희망과 격려가 되기를 소망했다.
저자는 미술명문인 홍익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중등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면서 작품활동을 해 왔다.
책의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저자의 그림은 산과 소나무에 대한 관조, 그리고 하나님과 자신이라는 신앙과 성찰로 점철되어 있다.
이러한 자신의 삶과 예술을 이 책에 진솔하게 담았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하여 양승욱 화백의 삶과 예술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여길 클릭하면 플래시북으로 만들어진 책을 보실 수 있습니다.
TOTAL 25
세월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세월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교직에 몸담았을 때는 학교 미술실에서 작업할 때가 가장 좋았다. 특히 긴 작업 기회가 주어지는 방학이면 꼼짝 없이 미술실에서 살았다. 작업이 좋아 여행을 가자는 동료들의 사치스러운(?) 꼬임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여름방학이면 도시락을 싸들고 미술실에 가 반바지와 러닝셔츠 차림으로 그림을 그렸다. 더위를 선풍기 바람으로 쓸어내고, 겨울 방학이면 조그마한 석유난로 하나로 추위를 몰아내면서 말이다. 그때 꼭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 종일 십 년간 그냥 그림만 그릴 수 있다…
발문- 가재미
수상집 발간을 축하하며 가재미 김천 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암 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그녀가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 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
나의 기도
나의 기도 이 세상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 가운데 이렇게 못나고 어리석고 아둔하고 답답한 변덕 투성이의 볼품도 없는 저를 사랑하셔서 주님의 자녀로 삼아 주시고 그 귀한 하늘나라의 생명책에 제 이름 석자를 새겨 주셔서 천국 백성이 되게 하신 하나님의 은총을 감사드립니다. 영원토록 저를 버리지 말아 주시옵소서.주 하나님을 향한 이 신앙과 믿음이 영원토록 변치 않게 지켜 보호하여 주시옵소서.골방에서 홀로 드리는 기도를 기억하시겠다고 하신 주님. 작고 사소한 나의기도는 자주 들어 주셨으나 간절하고 절실…
그리스도의 눈물
그리스도의 눈물 내 주의 뜻대로 행 하시옵소서큰 근심 중에도 낙심케 마소서주님도 때로는 울기도 하셨네날 주관 하셔서 뜻대로 하소서 부산 피난시절,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 어머니와 누이들은 교회에 나가기 시작하였다. 자연스레 나의 신앙생활도 그때부터 이어져왔다. 그 무렵, 주일학교 예배 시간 때면 으레 건빵과 사탕을 받아오는 재미에 이끌려 일요일이면 날마다 빠지지 않고 열심히 교회에 나갔던 기억이 환하다.서울로 이사한 뒤 운명적으…
은총을 입은 하아린
은총을 입은 하아린 귀한 딸 하아린! 너는 복 있는 사람이란다. 너는 의인이란다. 이것은 예수님을 믿는 너를 향한 하나님의 선포란다. 복 있는 하아린! 너는 그 행사가 다 형통할 거야. 의의된 나의 사랑하는 딸 하아린! 네게는 원하는 게 이루어질 거야. 복의 통로인 딸아, 네가 만나는 모든 사람과 네게 밟는 모든 땅이 너로 인하여 복을 받을 거야.   감사를 아는 딸아. 여호와께서 너의 모든 물산과 네가 손을 댄 모든 일에 복을 주실 거야. 너는 하늘의 신령한 복과 땅의 기름진 복과 생명의 복을 받을 사…
하나님의 선물
하나님의 선물 결혼 후 몇 번의 유산과 사산 끝에 마흔에 첫딸을 얻었다. 애초에 하나님은 나에게 자식 복은 허락하지 않으신 줄로 믿었기에 포기하고 있었던 터라 결혼 8년 만에 얻은 딸아이는 나의 소유가 아니라 하나님의 선물이라 믿었다. 이처럼 귀한 딸아이에게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는 뜻의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 하나님의 작품으로 말이다. 그래서 이 여덟 글자를 자음과 모음으로 모두 풀어서 나열해 보았다.    ● ●       ●            &n…
하나님, 나의 하나님
하나님, 나의 하나님 “무릎 꿇는 나무들 중에서" 모슬포 바닷가, 검은 모래밭. 서쪽으로 몸 기운 소나무들이 있다. 매서운 바람과 센 물살에도 속수무책인 나무들 오금저린 앉은뱅이의 生을 견딘다. - 정군칠 詩 -
소나무에 대한 소고
소나무에 대한 소고 “자세히 그리면 품위(품격)가 떨어지고 적당히 그리면 기백이 사라진다.” - 옛 화가들의 화론에서 - 흔히들 민족의 얼을 상징하는 나무로 소나무를 꼽는다. 소나무가 우리나라의 기후와 토양에 안성맞춤이고, 땅이 메마르더라도 햇볕만 들면 뿌리를 내리는 속성 때문이리라. 소나무는 거센 풍랑 속에서도 살아남아 변치 않는 푸르름으로 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소나무는 예로부터 예술가들의 시나 그림의 소재로도 자주 등장했다. 이처럼 우리와 함께 생활해온 소나무가 한민족을 상징하는 것은 …
철저히 고독해지자.
철저히 고독해지자. 몇 년 전 용문산 자락에 위치한 도자기를 만드는 선배의 공방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내가 신선한 충격을 받은 게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문 안쪽에 붙은 “철저히 고독해지자"라는 커다란 문구였다. 선배가 손수 쓴 각오였다. 그런데 몇 달에 한 번씩 서울을 방문한다는 선배는 그 문구대로 살기가 무척 어렵다고 토로하였다. 지난번 여름 방학 때는 강원도 양구의 동료인 선배 선생님 별장을 방문하였다. 그 선생님 말씀인즉 “이 일대 몇 가구가 밭농사를 지으며 사는데, 거의 산 하나에 한 가구 정…
우리 중심문화전통과 양식의 정립
우리 중심문화전통과 양식의 정립미국 미술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미국의 화풍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궁금했다. 잘 알다시피 미국의 역사는 짧다. 이민족이 원주민을 지배하면서 성립된 국가라서 전통이라는 것도 없다. 미술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오늘날 세계 미술의 중심이 된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양차 세계대전 사이에 유럽인들이 전쟁을 피해 그곳으로 건너간 뒤에 미국 미술의 도약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가장 미국적 작가로 꼽히는 벤 샨Ben Shahn(1898-1969)은 유럽인이 아니라 미국에서 태어나 파리로 건너가 현대 회…
문화의 파괴와 폭력
문화의 파괴와 폭력 요즘은 국군기무사(옛 보안사)의 이전을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이전한 기무사 자리에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이 들어서고, 그 일대를 복합문화공간인 문화의 거리로 조성하자는 것이다. 이는 바람직하다고 본다. 외국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의 경우,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도심에 있다. 그만큼 사람들의 접근이 쉽다. 가까운 곳에 있으니만큼 짧은 시간에 미술관, 박물관에 들러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나라 미술관을 대표하는 국립현대미…
미술비평과 비평가
미술비평과 비평가 작가는 많아도 예술가는 드물다는 말이 있다. 솜씨는 있어도 정신이 없는 예술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잘 알다시피 미술은 정신을 표현한 물질이다. 물질 속에 작가의 정신이 담겨야 한다는 얘긴데, 그렇지 않은 작품이 오히려 많은 게 현실이다. 나도 젊은 시절에 당시에 유행하는 미술사조에 편승한 적이 있다. 수많은 전시회를 의무적으로 보고, 미술잡지나 전문서적을 닥치는 대로 보면서 현대미술의 흐름을 찾아내고, 그것을 따라하려 애썼던 것이다. 그렇게 십수 년을 보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
새 시대의 미술교육
새 시대의 미술교육 중고등학교에서 예능 과목이 푸대접을 받는 등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한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잘 알다시피 예술교육은 인간교육, 교양교육, 전인교육의 근간이다. 예술이 삶을 건강하고 풍요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예술교육이 학교에서 천덕꾸러기이고, 그러한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은 대부분 예술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그 때문에 예술을 후원하는 사람이 드문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문화사업, 문화의 세기를 논의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야말로 허공에 돌을 던지는 꼴일 …
순수 문화 상실의 시대
순수 문화 상실의 시대 요즘은 미술이나 음악, 공연, 체육 같은 예체능 분야가 해외에서 한류를 일으키고 있다. 그에 따라 세계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예능체계 우상들도 많이 배출되고 있다. 그야말로 요즘이 문화의 전성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러나 대다수의 순수 예술가들은 무명과 가난 속에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것도 버거워 아예 작품을 포기하는 일도 다반사다. 정말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문화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거액의 예산을 예술 분야에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 대부분은 대중 인기…
미협 선거 유감
미협 선거 유감 3년마다 한 차례씩 미협 이사장 선거가 치러진다. 미협은 국내 미술인 단체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전국적인 조직을 갖추고 있다. 회원 수만도 3만 명이나 되는 거대 단체다. 알만한 미술가는 대부분 미협 회원이다. 그들 중에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잘 알려진 화가는 수백 명에 불과하다. 그들을 걸치면 회원들을 모두 알게 된다. 될 정도로 그런데 미협은 헤게모니 싸움이 심하다. 그 싸움에 가까운 선,후배가 얽혀 있다. 그들은 서로 편이 갈려 얼굴을 붉히며 싸우는 일도 잦다. 특히 미협의 수장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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