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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적 정서와 미감의 풍정(風情)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 : 2016-07-16     조회 : 357  


한국적 정서와 미감의 풍정(風情) 작가 양승욱은 6년 전에 네 번째 개인전을 가졌다. 그 뒤 25년간의 교직생활을 접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교직생활로 못다 한 창작활동에 정진하기 위해서다. 때맞춰 작품 환경도 새롭게 바꾸었다. 작업실이 주거 환경과 맞닿아 있는 만큼 가족생활을 배려했다. 또한 안료를 냄새가 거의 없는 아크릴 물감으로 대체하여 집안의 유화 냄새를 몰아냈다. 상쾌한 집안과 깔끔한 작업실에서 그의 가족사랑과 예술창작의 정도를 읽을 수 있다.


작업실 안에는 크고 작은 작품들이 놓여 있다. 지난번 개인전 때의 작품들도 눈에 띄었으나, 그 이후의 작품들이 시선을 끌었다. 새로운 변화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안료가 바뀌면서 느낌이 달라졌다.


우선 마티에르가 예전과 다르다. 유화가 갖는 두툼한 물감 층과 끈적끈적한 붓질은 거의 없어진 대신 한국화의 골필 같은 선묘와 화사한 색상이 강화되었다. 그리고 깔끔한 아크릴의 마티에르에 유성 안료로 보채해 독특한 병치혼합의 마티에르를 발현했다. 그의 최근 작품은 몇 가지 양식으로 대별되는 듯하다.


현대적인 조형성으로 그려낸 민화적 소재의 화사한 작품, 강렬한 녹색과 붉은 색 톤의 생명력 넘치는 소나무 연작, 화면 전체를 일정한 색상과 패턴으로 조직화한 올오버 페인팅(all-over painting)적인 기와지붕 연작, 바람결 같은 선으로 그려낸 농토 풍경, 나지막한 산허리에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산동네 풍경, 강한 생명력이 출렁이는 바다 풍경, 민화적 느낌의 산 또는 기와지붕을 배경으로 한 소나무가 있는 풍경 등이 그것이다.


이들 가운데 부분적으로 드러난 올오버 페인팅적인 요소는 그가 20여 년 동안 천착했던 미니멀리즘(minimalism) 회화의 잔영으로 받아들여진다. 미니멀 회화는 구상 회화에서 볼 수 있는 사물의 형상을 최소화한 추상화 양식이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이나 나무 ․ 집 같은 사물들은 존재하지 않고, 평면성을 강조하는 색채와 붓질만이 존재할 뿐이다. 순수 조형을 위한 예술로서 작가의 내면세계가 녹아 있다고 하나 일반인들이 그것을 읽어내기는 어렵다.


양승욱은 1960,70년대 한국화단을 주도했던 미니멀리즘 회화에 천착했으나, 서구 사조를 흉내 내거나 유행에 집착하는 것 같아서 포기하고 새로운 창작을 시도했다. 그래서 천착하게 된 것이 민족 정서와 자연의 생명력을 구체적 이미지로 담아내는 것이었다. 민화에서 볼 수 있는 해와 달, 십장생 같은 전통 회화 소재나 산, 달동네, 나무 등의 주변 풍경을 현대적 미감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소나무 연작이다. 소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이나 자연 또는 인간 삶과의 조화를 담보한 것들이다. 미니멀리즘적인 요소를 상당히 배제하고, 한국적인 정서와 미감을 강하게 풍긴다.


그의 소나무 그림은 민족의 얼을 상징한다. 소나무는 땅이 메마르더라도 양지바른 곳이면 뿌리를 내려 숲을 이루고, 거센 풍상 속에서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생명력을 보여준다. 그것이 양승욱의 감정에 맞아떨어졌던 것이다.그에 따르면 소나무는 ’한국인의 삶‘을 닮았다. 바위틈과 흰눈 속에서도 생존하는 강인한 생명력과 절개 때문이다. 특히 그 특성이 가장 확연히 드러나는, 추위 속 시련에도 꿋꿋함을 간직하는 겨울 소나무를 좋아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일요일마다 산행을 한다. 건강을 다지기 위함도 있지만, 무엇보다 산이 좋아서다.


그는 산을 오르내리며 자연의 숨소리를 듣는다. 그럼으로써 그는 자연과 합일한다. 그러한 과정은 고스란히 그의 작품으로 담겨진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는 온기가 흐른다. 산에서 옮겨온 자연이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품에서 흙냄새와 나무냄새가 번져 나온다. 그들만의 냄새가 아니다. 사람들의 삶이 배어있기도 하다.


작가가 좋아하고 즐겨 그리는 소나무는 줄기가 굵고, 잎이 푸르다. 그것은 사람의 피와 살을 상징한다. 특히 바위틈과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강인한 소나무의 생명력은 한국인의 불굴의 의지를 반영한다. 따라서 그의 소나무는 의인화된 한국인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회화의 저변에 깔려 있는 사상은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과 자연 생명에 대한 애정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의 작품을 통해서 세월의 흐름과 산업화 속도에 따라 상실이 증폭되는 우리 것과 자연 생명에 대한 사랑을 환기하게 된다.


1999년 한솔그룹에서 그와 다른 3명의 작가(김유준, 허계, 전준엽) 작품으로 탁상용 캘린더를 만든 적이 있다. 이른바 ‘소나무 작가’들의 모음이다. 그때 기획자는 양승욱의 작품에 대해 “한겨울 추운 날씨에도 푸르름을 간직하며 서 있는 소나무의 변치 않은 절개를 한국인의 심성을 상징하는 강인함으로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문화예술 전문 케이블 TV ‘A&C'는 와 에서 양승욱을 오늘의 작가로 선정해 그의 삶과 작품세계를 소개했는데, 아트마트 사회자 한젬마는 양승욱의 작품을 “친밀하고 정감이 가는 작품”이라고 했다. 한국적 정서와 미감이 뛰어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한 느낌을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어서 기쁘다. 그의 소박한 삶과 따스한 인간미를 함께 느낄 수 있으리라.



김이천(미술평론가)